상대방의 이행지체로 인해 계약을 해제할 때 최고를 해야 하는 이유와, 변호사의 조언
- 권형필 변호사

- 1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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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해설
계약 당사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이행지체가 있다. 이행지체는 계약의 종기까지 상대방이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채무불이행 중 하나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이행지체 상태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곧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고, 한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바로 '이행의 최고'이다.
이행의 최고는 이행지체에 빠진 상대방에 대해 마지막으로 계약 내용을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마저 이행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이행의 최고를 한다. 만약 최고를 하지 않은 채 이행지체를 이유만으로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 계약 해제의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되므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던 사람이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행의 최고를 하는 것은, 가급적 체결된 계약을 완성시키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행지체에 빠진 상대방이 계약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표시했다면, 이행의 최고를 하는 것은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이처럼 상대방이 이행 거절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경우에는 이행의 최고를 하지 않고 바로 계약 해제를 통보하여 계약 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상담을 진행할 때에는, 상대방이 서면으로 이행거절의 의사를 밝힌 경우가 아닌 이상 가급적 이행의 최고 후에 계약 해제 통보를 하라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이행 거절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 해제 통보를 했을 때 이와 관련해서 법적 공방으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살펴볼 사례에서도 원심 법원은 이행 거절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계약 해제의 통보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대법원에서는 받았던 계약금 상당액을 공탁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이행 거절에 해당한다고 보아 최고 없이 계약 해제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지만, 대법원까지 사건이 진행되면서 당사자가 들인 시간과 비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까지 생각해 보면, 상대방이 서면으로 이행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닌 이상, 가급적 상당한 기간을 두어 이행의 최고를 한 후에 계약 해제를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안전하다.
법원 판단
원심은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잔대금 지급의무 이행을 제공한 반면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매도인의 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고 할 것이나, 원고가 피고의 이행지체 이후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미리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하였다고 할 수 없어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권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장에 의하여 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는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위와 같이 원고가 잔금 지급을 제공하였음에도 자신의 의무에 관하여 스스로 이행지체에 빠진 후에 이 사건 계약이 오히려 원고의 귀책사유로 피고에 의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수령하였던 계약금 상당액을 공탁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가 이행을 최고하더라도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미리 표시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에 원고는 민법 제544조 단서에 의하여 최고 없이도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도 피고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종국적으로 표시하였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계약 해제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행지체 등과 대등하게 채무불이행의 한 유형으로서 민법 제390조에 기하여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발생시키는 요건으로서 이행거절과 이행지체 등에 빠진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의 최고 없이 계약 해제권이 발생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를 반드시 동일하게 볼 이유는 없는 것이다.
결국 원심의 판단에는 해제권의 발생요건으로서의 이행의 최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위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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