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행위 취소소송에 있어서 채권 성립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 권형필 변호사
- 5일 전
- 3분 분량
판례 해설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채권자의 채권은 채무자가 사해행위를 하기 전에 성립해야 한다. 다만 사해행위 당시에 채권 성립의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가까운 장래에 해당 채권이 현실화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에 따라 채권이 성립했다면, 비록 채무자의 사해행위 당시에는 채권이 존재하지 않았어도 해당 채권도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
아래에서 살펴볼 사례에서 원고는 전문유통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소외인과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원고는 소외인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해당 토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원래 계획대로 건축이 불가능해지자 원고는 계약 해제 통지를 했다. 이후 원고는 소외인을 상대로 계약금 등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아직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소외인은 피고들에게 그가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바, 과연 근저당권을 설정할 때 소외인이 원고에 대한 매매대금 반환 채권이 발생할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고와 소외인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해제 통지가 이뤄지기까지 무려 11년이 소요된 점, 원고가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시점은 매매대금을 지급한 후로부터 10년인데 소외인이 피고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시점은 이미 10년의 제척기간이 도과한 상태였다는 점을 주목했다. 결국 법원은 설령 원고가 제기한 매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기 전인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매매계약 취소로 매매대금 반환 채권이 발생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법원 판단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하여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요건인 채무자의 무자력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대상이 되는 소극재산도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무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하여 채무가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무가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무도 채무자의 소극재산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 이후에 발생한 채권이나 채무와 관련하여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고도의 개연성'은 단순히 향후 채권이나 채무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되고, 적어도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여 일반적으로 누구라도 그 채권이나 채무의 성립을 예견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상태에서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가 이루어졌어야 하며, 구체적으로 이러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기초적 법률관계의 내용, 채무자의 재산 상태 및 그 변화 내용, 일반적으로 그와 같은 상태에서 채권 또는 채무가 발생하는 빈도 및 이에 대하여 신청인의 인식 정도,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와 채권 또는 채무 발생과의 시간적 간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제1매매계약과 관련하여 원고가 2007. 11. 27. 소외인에게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소송절차에서 그 해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으므로 계약 해제를 원인으로 한 37억 원의 반환채권은 인정될 수 없고, 원고가 위 소송 진행 중인 2008. 12. 2. 소외인의 기망을 이유로 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제1매매계약이 체결된 때는 1994. 6. 27.이고 원고가 소외인에게 37억 원을 지급하는 것은 1995. 1. 25.까지이므로 그 무렵부터 10년의 제척기간 내에만 원고가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인데, 소외인이 피고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때는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이고 원고가 취소권을 행사하기 전인 2008. 1. 17.부터 2008. 11. 13.까지이므로, 설사 법원이 위 소송에서 2009. 2. 12. 원고의 취소권 행사를 받아들여 매매대금 반환채권을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기 전인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제1매매계약의 취소로 인한 매매대금 반환채권이 발생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제1매매계약의 취소로 인한 원고의 37억 원의 매매대금 반환채권이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되고,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위 금액 반환채무는 그의 무자력 여부를 판단할 때 소극재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권자취소권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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