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하는 것은?
- 권형필 변호사
- 2023년 5월 17일
- 2분 분량
판례 해설
계약 해제 사유 중에는 이행지체가 있는데, 이 이행지체는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대방이 기간 내에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방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단순히 이행지체 사실만으로는 안 되고, 상대방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최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약 이러한 최고를 하지 않은 채 계약을 해제하였다면 법적으로는 계약이 유효한 것이 되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법에서 굳이 이행의 최고를 계약 해제의 요건으로 삼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의무 이행을 지연한 상대방이 오히려 의무 이행의 의사가 없음을 알렸다면 이행의 최고는 무의미하게 시간만 끄는 역할을 할 뿐이다. 법원 역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상대방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이행의 최고 없이 계약 해제의 통보만으로 해당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잔금까지 지급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피고는 이행지체에 빠진 후에 잔금 수령은 커녕 오히려 받았던 계약금을 원고 앞으로 공탁하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이행의 의사가 없다고 봐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원심 법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원고가 이행의 최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다행히 대법원에서 원심 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여 파기하였지만, 이 문제로 대법원까지 가서 시간과 비용, 그리고 마음 고생까지 하였을 것을 생각한다면, 상대방이 서면으로 이행의 의사가 없음을 알려온 것이 아닌 이상, 가급적 최고를 한 후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 판단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위와 같이 원고가 잔금 지급을 제공하였음에도 자신의 의무에 관하여 스스로 이행지체에 빠진 후에 이 사건 계약이 오히려 원고의 귀책사유로 피고에 의하여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수령하였던 계약금 상당액을 공탁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가 이행을 최고하더라도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미리 표시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에 원고는 민법 제544조 단서에 의하여 이행의 최고 없이도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도 피고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ㆍ종국적으로 표시하였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계약해제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행지체 등과 대등하게 채무불이행의 한 유형으로서 민법 제390조에 기하여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발생시키는 요건으로서의 이행거절(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53173 판결 참조)과 이미 이행지체 등에 빠진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의 최고 없이 계약 해제권이 발생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를 반드시 동일하게 볼 이유는 없는 것이다.
결국 원심의 판단에는 해제권의 발생요건으로서의 이행의 최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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