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사항에 대해 서로 다른 감정 결과가 제출된 경우, 법원의 판단 방법은?
- 권형필 변호사
- 3일 전
- 2분 분량
판례 해설
법원 감정은 특정 분야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경우에 활용된다. 법률 전문가인 판사는 건축이나 의료 분야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경우, 법원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감정인으로 선정해서 그를 통해 사실 여부 확인과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다. 나아가 법원은 법원 감정인의 의견을 거의 전적으로 신뢰하는바, 이러한 이유로 감정 결과가 예상과 다르다거나 잘못된 것이라는 추상적인 주장만으로는 재감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아래에서 살펴볼 사례에서는 서명의 진위 여부가 쟁점이 된 사례이나, 어떠한 경우에 법원이 재감정이나 감정보완을 요구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문제의 서명에 대해 1심 감정인은 '비슷해 보이나 확실하지 않다'며 유보적인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피고 측에서는 대한문서감정원 소속의 감정인이 작성한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였고, 해당 감정인은 '서명이 다르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렇게 하나의 사안에 대해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감정 의견이 제출된 경우, 법원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에 따라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선택한 감정의견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는바, 이 사건의 경우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해당 서명이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원심 법원은 이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법원 감정인의 의견에 따라 판단을 내렸는바, 대법원은 그러한 원심 판단에 미흡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물론 감정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해당 감정의 측정 방법이나 범위 등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서 감정보완이나 재감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감정인 지정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보완이나 재감정이 이뤄질 경우, 막대한 감정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은 물론 그만큼 재판 기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
한편,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상이한 수 개의 감정결과가 있을 때 그 중 하나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였다면 그것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 I가 서명의 동일성을 부정하는 감정의견을 피력하였던 반면 K는 서명이 비슷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양한 필적으로 변형 여부의 확인을 요한다는 유보적인 감정의견을 피력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은 상당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K의 유보적인 감정의견만을 토대로 서명의 동일성을 곧바로 인정하는 것은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감정인 K의 감정결과만을 토대로 이 사건 장부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정인을 지정하여 서명의 동일성에 대한 감정을 실시하거나 감정인 K, I에 대한 증인신문을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후 상이한 감정결과인 I의 감정결과 및 다른 증거들과 면밀히 비교하여 감정인 K의 감정결과의 증거가치에 관한 판단을 하였어야 하고, 또한 이 사건 차용증에 현출된 소외 1의 서명까지 원고의 직원이 대신한 것이라면 그 경위 및 이 사건 장부에 현출된 서명과의 동일성에 대하여도 면밀히 심리해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감정인 K의 감정결과만을 토대로 이 사건 장부의 진정성립을 인정한 다음 위 장부와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터잡아 판시와 같은 대여사실 등을 인정함으로써 소외 1의 상속인들인 피고들에게 그 대여금 등의 지급을 명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경험칙과 논리칙에 따른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 이유는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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