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은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만약 정해진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면 이는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 아파트의 경우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있는 바, 이 경우 부득이 장기수선충당금에서 관리비를 충당할 때가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도 횡령죄로 처벌받았다는 점이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횡령행위 외에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한다. 불법영득의사란,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보관하고 있는 재물을 그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때 인정된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사안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장기수선충당금을 정해진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였지만, 그 사용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 및 입주민들을 위해 사용하였는바, 과연 이런 경우에도 동일하게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다소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행히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의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면서 입대의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장기수선충당금을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아파트 및 입주민 전체를 위해 사용되었다고 인정된다면,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없는 이상 횡령죄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입대의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일 뿐더러, 관리사무소정과는 다르게 주택법 등 법률 지식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점을 알기 어려웠던 점, 그리고 그 사용 과정에서 입주민들이 동의한 사실들도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되었다.
하지만 이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 외 사용을 무죄로 판단하겠다고 판례를 변경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장충금을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되는 사실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법원 판단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속하여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사실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그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갑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일반 관리비와 별도로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계좌에 적립, 관리되는 A 아파트 구조진단 견적비 및 시공사인 을 주식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변호사 선임료로 A 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도 외에 사용하였다고 하여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특별수선충당금은 갑 아파트의 주요시설 교체 및 보수를 위하여 별도로 적립한 자금으로 원칙적으로 그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용도가 제한된 자금이나, 당시에는 특별수선충당금의 용도 외 사용이 관리규약에 의해서만 제한되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구분소유자들 또는 입주민들로부터 포괄적인 동의를 얻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와 같이 지출한 것이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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