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해설 ]
몇 년 전에 아파트 내 난방비 비리 사건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필자는 당시 방송에 패널로 출연하여 '입주자대표회의가 체결한 계약은 무효다'라고 말하자 상대방 패널이 '계약 당사자가 아닌 입주민이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는 없다'라고 반박하였다. 이에 대해서 필자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전체 입주민을 대표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그 계약의 효력은 입주민들에게 미치므로 결국 입주민 개개인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체결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라고 친절히 설명하였다.
대상판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계약을 통해 아파트의 관리방법과 관리조직이 변경되었는바, 결국 법원은 입주민 개개인이 계약 무효를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따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경우 무효와 취소는 구분해야 한다. 즉, 입주민은 입대의가 체결한 계약의 무효는 주장할 수 있지만, 계약의 권한에 관한 취소는 주장할 수 없다.
[ 법원 판단 ]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사실적 이해관계를 갖는 자에 불과하여 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방법과 관리조직이 변경되고 그러한 변경에 따라 관리비의 상승 등으로 입주자 등에게 금전적인 손실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으며, 자격미달의 주택관리업자 선정으로 인한 아파트 관리 소홀, 잘못된 관리로 인한 생활상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는바,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주자 등이 이 사건과 같은 소를 제기하여 위탁관리계약의 무효 확인을 함으로써 피해를 막을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다.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1) 1차 선정결의의 효력
먼저 살피건대, 피고가 새로운 주택관리업자의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하면서 참가자격으로 일정 요건을 요구하고, 업체선정방법으로 서류심사를 거쳐 하자가 없는 업체에 한하여 최저가 업체를 선정한 후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도록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공고 자체에 의하더라도 서류심사가 선행되어야 함은 명백하다.
또한 위 서류심사는 입찰신청업체가 입찰공고에서 정하고 있는 참가자격요건 및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였는지 여부를 선별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고가 입찰공고에서 참가자격요건을 요구하고 있는 이상, 자격심사는 낙찰자 선정 과정에 있어 선행되어야 할 1차적 단계라 할 것인 점, 그렇지 않고 그 선후를 달리하는 경우 결과에 중대한 차이를 가져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자격요건을 구비하였는지 여부를 심사하지 아니한 채 최저가 업체를 우선 선별한 후 서류심사를 진행한 1차 선정결의는 입찰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1차 선정결의는 그 절차상 중대한 하자로 인하여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그러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나머지 하자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2) 2차 선정결의의 효력
살피건대, 갑 제14호증, 을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증인 I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임원회는 2013. 4. 26. 임원회의를 개최하여 2013. 2. 25.자 입찰공고에 의하여 입찰신청을 한 17개 업체에 대한 서류심사를 진행한 후 최저가 업체로 XX주택관리를 재선정한 사실, 위 임원회는 2명의 동대표만이 참관한 채 비공개로 진행된 사실, 2차 선정결의를 진행하는데 있어 피고가 임원회에 권한을 위임하는 등의 의결은 없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주택법 제43조 제3항, 제7항은 입주자대표회의로 하여금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을 결정하도록 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을 주택법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고, 주택법 시행령 제52조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하여 공동주택을 관리하기로 결정하는 경우에는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선정지침에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에 필요한 입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업자의 선정에 관한 사항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업무 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다.
피고의 임원회가 1차 선정결의에서 낙찰자를 선정하여, 피고와 XX주택관리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된 이상 1차 선정결의에 따른 입찰 절차는 종료되었다 할 것이고, 피고가 임원회에 주택관리업자의 선정 및 계약체결에 관한 일체의 권한 위임의 효력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로써 피고 임원회의 업무는 일응 종료되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후 1차 선정결의의 하자로 인하여 다시 재입찰을 실시하여 새로이 입찰절차를 진행할 것인지 또는 심사만을 새로이 진행할 것인지, 위 심사에 관한 권한을 임원회가 계속 행사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일련의 사항은 입주자 등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는 피고의 권한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피고의 의결사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2차 선정결의 무렵까지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아파트의 일부 동대표와 입주민들이 1차 선정결의의 하자를 주장하며 강남구 등에 계속하여 민원을 제기하던 상황이고, 피고도 이를 알고 있었던 점, 2차 선정결의의 진행과 관련하여 입찰참가업체, 입주자 등에게 사전고지 및 공개절차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의 임원회가 임의로 한 2차 선정결의는 그 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1, 2차 선정결의 및 그에 따른 이 사건 계약은 무효라 할 것이고, 피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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