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
일반적으로 계약 관계에서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계약을 해제할 때에는 해제를 통보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에게 이행의 최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하더라도 그 계약은 법적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한 공사업자가 약정한 기한까지 공사를 완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계약을 체결한 이후로도 내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며 공사의 중단을 반복한 사실이 인정되었고, 이에 법원에서는 수급인에게 계약에 따른 의무 이행 의사가 없다고 보아 도급인인 원고가 이행의 최고를 하지 않고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이 도급인에게 유리한 내용임은 분명하지만, 소송에서 이 내용을 무작정 주장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계약을 해제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먼저 이행의 최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 판단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수급인의 공사중단이나 공사지연으로 인하여 약정된 공사기한 내의 공사완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하여진 경우에는 도급인은 그 공사기한이 도래하기 전이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할 것이지만, 다만 그에 앞서 수급인에 대하여 위 공사기한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완공할 것을 최고하여야 할 것이고, 예외적으로 수급인이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위와 같은 최고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는 1994. 3. 4. 'A건설산업'이라는 상호로 건축업을 영위하는 피고와의 사이에 충남 청양군 남양면 백금리 277 및 같은 리 278 양 지상에 고서와 농작물의 보관을 위한 창고 및 주택 등 건물 3개동 연면적 578.69㎡(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를 피고가 신축하기로 하되, 공사대금은 금 362,000,000원, 공사기간은 1994. 3. 6.부터 같은 해 8. 6.까지로 하며, 위 공사대금 중 금 80,000,000원은 계약 체결시에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공사의 진척도에 따라 차례로 지급하기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1차 - 기초 및 벽이 완성되었을 때, 2차 - 지붕이 완성되었을 때, 3차 - 내부공사가 완료되었을 때, 4차 - 공사가 완공되어 사용승인을 마친 후 15일 내), 당시 원고와 피고는 특약사항으로 수급인은 위 건물 지하창고의 시공에 관하여 환기 및 방습기능이 완전하도록 하고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을 경우에는 수급인이 책임지고 보수하며, 하자보증보험 및 공사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하기로 약정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위 계약 당일 원고로부터 금 80,000,000원을 수령한 다음 공사에 착수하여 같은 해 5. 16.경까지 이 사건 건물 중 가동 지하층의 외옹벽 공사를 마쳤으나 위 외옹벽에 재료분리현상이 일어나는 등의 하자가 발생하였고, 이에 원고는 그 무렵부터 피고에 대하여 위 하자의 보완과 함께 향후 설계도면에 따라 견실하게 시공할 것을 다짐하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할 것과 계약 당시 정한 바에 따라 하자보증보험 및 공사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면서 공사의 재개를 촉구한 사실, 그러나 피고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같은 달 17.부터 공사를 중단하고는 같은 달 23.에는 원고가 공사중단과 공사포기를 명하였다는 구실로 공사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원고에게 정산을 요구하더니, 그 후에는 원고가 요구하는 각서의 제출과 보험가입을 모두 거절하는 일방 오히려 기성고로서 금 1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여 주면 공사를 속개하겠다고 하면서 원고의 요청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는 같은 달 28. 일시 공사를 재개하여 위 건물 중 가동 지하층의 내옹벽 공사를 하고 있던 중 같은 해 6. 1. 현장 인부들과 함께 원고에게 위력을 행사하여 그 다음 날 원고로부터 공사대금으로 금 31,100,000원을 수령한 것과 관련하여 형사입건된 다음 다시 공사를 중단하고는, 같은 달 3. 원고에게 위 공사에서 손을 떼겠으니 선수금 8,000만 원을 공제한 금 1억 7천만 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한 사실, 그 후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는 위 가.동 건물 중 외옹벽 철근콘크리트공사 및 내옹벽 철근공사까지만 마쳐진 상태에서 방치되었고, 이에 원고는 같은 해 6. 30.자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는 일방 같은 해 7. 1.경 소외 신O식에게 이 사건 공사를 도급주어 시공하게 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건축공사의 규모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위와 같이 임의로 공사를 중단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1994. 6. 30.경에 이르러서는 공사기한 내의 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하여졌다 할 것이고, 피고가 위와 같이 2회에 걸쳐 공사포기 의사를 밝히고 계속하여 공사를 중단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자기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공사도급계약은 해제의 의사표시를 담은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써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제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의 설시이유에 적절하지 아니한 점이 있으나 위 공사도급계약이 피고의 공사중단으로 인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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