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해설 ]
간혹 입주자 대표회의와 부녀회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이에 따라 다툼이 심화되는 경우 형사 고소가 발생한다거나, 대상판결과 같이 입주자 대표회의이에서 부녀회를 해산하고자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법원에서는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에 대하여 관련법 및 규약에 정하여진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경우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측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해당 결의를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대상판결과 같이 입주자 대표회의의 의결이 입주민이나 어떠한 단체에 대한 권리 및 의무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해당 결의 자체를 무효로 본다. 즉, 이 사건과 같이 자생단체 자체를 해산하거나 그 외 입주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열람등사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결은 아무리 적법한 절차에 의한 의결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그 의결은 유효하다고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런 법원의 태도를 비추어 본다면 부녀회를 해산하는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을 무효라고 본 해당 판결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판결이었던 것이다.
[ 법원 판단 ]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부녀회는 피고와는 성격과 업무를 달리하는 독립적인 자생단체로서 관려 법규나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어디에도 피고가 이 사건 부녀회를 해산시킬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으므로 이 사건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부녀회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의 공동재산인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23조 제1항 제9의 나호, 제16호에 따라 피고에게 그 결산 내역을 보고하고 이에 대한 승인 및 감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였으므로, 이 사건 결의는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부녀회는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를 회원으로 구성되어 회칙과 임원을 우고 이 사건 아파트 내에서 그 입주민을 위한 봉사활동 등을 해 왔으므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체를 갖는데, 피고가 관련 법규나 관리규약에 근거하여 그 하부조직 내지 부속 조직으로 설립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아파트의 주부들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결성된 이상 피고로부터 독립한 법적 지위를 가지는 자생 자치단체라고 할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그 자율적 결성을 지원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달리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와 이 사건 부녀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부녀회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 등을 위한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주로 화단 관리, 경로잔치 등과 같이 아파트의 관리 및 입주민의 복지 등 피고의 본래 업무와 관련된 활동을 하여 왔고, 피고는 입주민의 공동재산인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을 이 사건 부녀회에 맡겨 위와 같은 활동의 재원으로 사용하게 하고 이 사건 부녀회로 하여금 그 결산 내역을 보고하도록 하여 왔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와 이 사건 부녀회 사이에는 피고가 이 사건 부녀회에게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을 아파트 관리 및 입주민 복지와 관련한 업무에 사용하도록 위탁하는 내용의 위임과 유사한 법률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에 이를 규율하는 별도 규정이나 피고와 이 사건 부녀회 사이에 그에 관한 특약이 없는 한 위 법률관계에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고 할 것이다(이 사건 부녀회는 피고와 독립한 자생 자치단체이긴 하나 이 사건 아파트의 주민들로 구성되어 그 관리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이상 그 범위 내에서는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의 규정에 따라야 하고 또 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의 관리규약 제23조 제1항 제16호에서는 피고가 부녀회와 같은 자생단체의 수익금 처리와 사용에 대하여 승인 및 감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위임에 관한 민법 제683도에서도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경우 수임인으로 하여금 위임사무의 처리 상황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녀회는 피고의 요구에 따라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의 처리에 관한 결산을 보고하여 이를 승인받거나 그에 대한 감사에 응할 의무가 있다.
다만, 이 사건 부녀회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피고로서는 이를 사유로 위임과 유사한 이 사건 부녀회와의 법률관계를 해지하고, 만약 이 사건 부녀회가 피고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할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을 자기를 위하여 소비한 때에는 민법 제685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그 손해의 배상 등을 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관련 법규나 피고의 관리규약에 부녀회 해산에 관한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독립적 자생단체인 이 사건 부녀회를 해산할 권한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녀회를 해산하는 피고의 이 사건 결의는 아무런 권한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이고, 이 사건 결의에 의하여 이 사건 부녀회 회원 및 그 감사로서의 법률상 지위에 불안·위험이 초래되거나 초래될 염려가 있는 원고로서는 그 무효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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