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보아 입주하지 못한 구분소유자, 이러한 이유로 관리비를 미납했다면 인정될까?
- 권형필 변호사
- 2024년 6월 17일
- 2분 분량
판례 해설
관리단 또는 관리업체에서 어떠한 방해 행위가 있었고 이것이 불법적인 것이라면 이로인해 건물을 사용·수익하지 못한 구분소유자는 그 기간 관리비를 납부할 의무가 없게 된다. 이 사건에서는 구분소유자들이 해당 건물에 소방시설이 설치되어있지 않아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관리비를 미납하였다.
관리단에서는 이들에게 관리비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소방 안전상의 이유로 관리비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추상적 위험이나 그에 대한 우려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법원 판단
가. 피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건물 중 피고들이 구분소유하고 있는 건물 부분(이하 ‘이 사건 판매시설’이라 한다)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2015. 1. 20. 법률 제13062호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소방시설법’이라 한다)에 따라 위 법률에서 정하는 소방시설을 설치 또는 유지·관리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이다. 하지만 원고는 이 사건 건물 중 3, 4층 개구부를 진열장으로 막아 소방시설법 시행령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무창층(無窓層)’이 되었음에도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피고들은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입게 될 인적·물적 피해에 대한 불안으로 이 사건 판매시설에 입주할 수 없게 되었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소방시설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했다. 이는 관리주체인 원고의 불법적인 사용방해에 해당하고, 피고들은 이 때문에 이 사건 판매시설을 사용·수익하지 못했으므로 관리비를 낼 의무가 없다.
라. 판단
… 집합건물법 제10조 제1항은 공용부분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제11조는 각 공유자는 공용부분을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제17조는 각 공유자는 규약에 달리 정한 바가 없으면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구분소유자가 공용부분을 공유하면서 관리비용을 부담하는 이상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소방안전상의 위험을 이유로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다른 구분소유자에게 그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다른 구분소유자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이 소방안전상의 위험을 이유로 관리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다른 구분소유자의 권리와 충돌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제연설비 등 소방안전 상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소방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비용은 관리비 또는 관리비와 함께 부과되는 장기수선충당금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인 점, 이 사건 규약 제6조 제6호에 따르면 구분소유자는 건물 유지관리에 필요한 관리비 등의 부담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해보면 소방안전상의 위험을 이유로 관리비의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구분소유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해할 것이라는 추상적인 위험이나 그에 대한 우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위험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구분소유자가 관리비를 지급하더라도 관리단 등 관리주체가 소방시설의 설치를 거부하는 등의 이유로 소방안전상의 위험이 제거되지 않으리라는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는 우리 헌법에서 도출되는 중요한 기본권이고, 우리 사회에 있어 안전이라는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는 하나, 피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유들만으로는 이 사건 건물의 구조나 소방시설 등의 현황에 비추어 소방안전상의 위험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확인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들이 관리비를 지급하더라도 소방안전상의 위험이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피고들은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소방안전기준에 위반한 상태로 방치한 것이 불법적인 사용방해라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이유에서 원고의 행위를 불법적인 사용방해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도 지적해둔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 판결 참조)].
--
권형필 변호사의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더 많은 판례해설과 동영상 강의를 보실 수 있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