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해설 ]
민사소송에 있어서 계약 체결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법률관계가 달라지며, 명시적 계약 체결과 묵시적 계약 체결 역시 입증 단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만약 계약 자체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원이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해당 청구는 기각된다. 더욱이 묵시적 합의의 경우에는 해당 합의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소송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 공사현장에서는 도급인의 직원이 추가공사를 요청하고, 그대로 추가공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추가공사에 대해 명시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그 합의를 증명해야 하는바, 도급인 직원의 요청을 도급인 회사의 요청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의 공사업자는 도급인의 직원이 추가공사를 요청하였고, 그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였음을 이유로 추가공사대금을 청구하였으나, 이러한 주장을 증명하지 못하여 해당 청구는 기각되었다.
따라서 수급인으로서는 대상판결을 반드시 기억하여 추가공사 또는 변경공사를 진행할 때에는 반드시 해당 내용을 계약서로 작성해야 할 것이다.
[ 법원 판단 ]
1)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추가‧변경된 기계설비공사를 시행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원고와 피고가 구두로 추가‧변경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 한 갑 제3, 9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I, J의 각 증언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믿기 어렵다.
① 이 사건 공사의 도급인인 피고가 수급인인 A에게 이 사건 기계설비공사대금으로 664,712,741원(부가가치세가 제외된 금액으로 보인다.)을 지급하기로 하였음에도 비용이 약 1억 원이나 소요될 추가·변경된 기계설비공사에 관하여 수급인인 A와 추가·변경공사계약을 하지 않고, 수급인의 관여 없이 또 수급인과 약정한 이 사건 기계설비공사대금에 관한 변경 없이 단지 A 대표이사인 제1심 증인 I 이 “기계설비부분은 A가 관여하지 않은 테니 원고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라고 했다.”는 말만 듣고 하수급인인 원고와 직접 추가·변경공사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원고와 피고가 이를 증명할 만한 어떠한 문서를 남기지 않았고, 단지 구두로만 계약하였다는 점은 경험칙에 비추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② 원고는, 원고와 피고가 추가·변경공사계약을 체결한 일자를 특정하라는 제1심 법원의 석명요구에 대하여 “원고는 2012. 4.경부터 2012. 9. 중순경 사이에 수회에 걸쳐 추가·변경된 기계설비공사 요청을 받고 이를 승낙한 후 공사를 진행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데(2013. 12. 3.자 준비서면),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기계설비공사를 시행한 기간이 2012. 4. 20.부터 2012. 9. 29.까지였음을 고려하면 원고는 추가·변경공사계약을 체결한 일자를 특정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③ 원고는 위 1.마항 기재와 같이 추가‧변경된 기계설비공사를 포함하여 이 사건 기계설비공사를 모두 완료한 직후 피고로부터 하도급 대금 일부를 직접 지급받았는데, 당시 추가‧변경된 기계설비공사에 대하여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에 관하여 피고와 합의하지 않았고, 그에 관한 어떠한 증빙서류도 남기지 않았다.
④ 피고는 위 1.바항 및 1.사항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공사의 하수급인들이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A가 책임지고 하도급 공사대금을 지급하도록 하였고(을 제1호증), 이 사건 공사의 추가‧변경으로 인한 분쟁을 종결하고자 A에게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하면서 즉시 이 사건 공사의 하수급인에 대한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하도록 하였고, 그러한 내용이 기재된 각 확약서(을 제1, 3호증)에 원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는 별도로 하도급 공사대금이나 추가‧변경된 기계설비 공사대금을 정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는 없고(을 제3호증에는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하수급업체를 특정하여 기재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위 확약서가 작성된 이후인 2013. 5. 7.에 이르러야 피고에게 추가‧변경된 기계설비 공사대금을 청구하였다), 피고가 A와 추가공사대금에 관하여 정산하고 그와 별도로 원고에 대하여 추가‧변경된 기계설비 공사대금을 다시 정산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므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⑤ 제1심 증인 J는 원고의 직원이고, 같은 I는 A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공사의 추가‧변경으로 인한 추가공사대금의 지급문제를 놓고 피고와 분쟁을 벌인 바 있으므로, 위 증인들의 증언 및 이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내지 진술서의 기재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⑥ I는 “추가‧변경된 기계설비공사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구두계약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피고가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용을 당연히 지급한다고 했다.”고 증언하였다가 원고와 피고의 구두계약 체결을 직접 목격하였는지를 묻는 피고 소송대리인의 질문에 대하여 “관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른다.”고 증언하였는바, I가 원고와 피고의 구두계약 체결 여부에 관하여 잘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⑦ J는 도급인인 피고가 수급인인 A를 배제하고 하수급인인 원고와 직접 추가‧변경공사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관하여 “모르겠다. A, I에게서 피고와 직접 상대해서 계약하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했다.”고 증언하였는바, J는 원고의 이 사건 기계설비공사 현장 책임자였음에도 원고와 피고의 구두계약 체결 경위, 이유 등에 관하여 잘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⑧ I와 J는 “전기공사 등 다른 공종업자도 피고의 요청에 따라 추가공사를 하였고, 그에 따른 추가공사대금을 피고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하였으나, 이는 위 1. 바항 기재 사실에 반한다.
2) 갑 제1, 2, 4, 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구두로 추가‧변경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원고와 피고가 추가‧변경된 기계설비공사에 관하여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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