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해설 ]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일정한 귀책사유, 예컨대 이행지체나 이행불능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도급계약의 경우에는 도급인에게 임의해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존재하지 않아도 도급인이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도급인에게 어떠한 사정이 생겨서 더이상 일의 완성이 필요없어진 경우에도, 단지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일을 완성하게 하는 것은 도급인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아무런 이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일정한 손해배상만 하면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도급계약 해제로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를 배상하면 도급인이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나아가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손해를 배상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을 주장할 수 없음을 확실하게 하였다.
다만, 만약 수급인 역시 도급계약의 해제로 어떠한 이익을 얻었다면 그 이익은 도급인의 손해배상액에서 제외되며, 나아가 수급인이 그러한 이익을 취득할 수 있었음에도 과실이나 태만으로 이를 얻지 못하였다면 그 또한 손해배상액에서 감액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배를 이끌어 내었다.
[ 법원 판단 ]
민법 제673조에서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전부 배상하게 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위 규정에 의하여 도급계약을 해제한 이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 감액을 주장할 수는 없고, 이와 같이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 감액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를 들어 사회정의, 건전한 사회질서,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며, 이러한 점은 수급인에게 그 동안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거나, 그 약정 도급금액이 과다하다 할지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도급금액의 과다 여부나, 원고가 피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의 적절한 분담 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이행이익 전부의 배상을 명하였다 하여 사회정의, 건전한 사회질서 및 신의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등이 채권자 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생기게 하는 동시에 이익을 가져다 준 경우에는 공평의 관념상 그 이익은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만 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673조에 의하여 도급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그 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그 일의 완성을 위하여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노력을 타에 사용하여 소득을 얻었거나 또는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만이나 과실로 인하여 얻지 못한 소득 및 일의 완성을 위하여 준비하여 둔 재료를 사용하지 아니하게 되어 타에 사용 또는 처분하여 얻을 수 있는 대가 상당액은 당연히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 및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일의 완성을 위하여 추후 소요될 비용으로서 원심판결이 공제한 위 비용 53,000,000원(52,000,000원 + 1,000,000원)에 피고의 노동력 상당에 대한 평가액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함이 명백하고,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일의 완성을 위하여 준비하여 둔 원석 및 좌대(그를 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피고의 손해액으로 인정하고 있다.)를 계약해제로 인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를 타에 처분하면 상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노력을 타에 사용하여 소득을 얻었거나 또는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얻지 못한 소득 및 위 원석 및 좌대를 피고가 타에 사용하거나 처분하면 얻을 수 있는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심리하여 그 부분을 손익상계의 법리에 따라 위 손해액에서 공제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각 점에 관하여 전혀 심리하지도 아니하고, 이 사건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들을 공제하지도 아니한 원심판결에는 손익상계의 법리를 오해하여 손해배상의 범위를 잘못 산정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다투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 사건 상고이유는 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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