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 해설 ]
선급금은 수급인이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자금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먼저 지급하는 금원이다. 이를 통해 수급인은 원활하게 자재를 확보하고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따라서 도급인은 선급금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기성고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먼저 지급했더 ㄴ선급금 전액을 공제할 수는 없다. 만약 선급금 전액 공제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수급인에게 선급금을 지급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급금을 정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급금을 기성고 비율에 따라 안분정산 하고, 이를 기성고대금에 대입해서 그 차액만큼의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ㅇ낳으면 도급인으로서는 기성고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되고 이행지체책임까지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강행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 사이에 이에 대한 별도의 약정을 했다면 그 약정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선급금을 전액 공제하기로 한 약정이 일반적인 사회 질서나 선량한 풍속 등에 반하지 않는다면 그 약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 법원 판단 ]
원심은, 이 사건 공사가 지연된 것은 피고들의 기성고 공사대금지급 지체, 동절기의 이상 강우로 인한 작업 불능, 이른바 IMF 사태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 피고들의 부당한 시공 요구와 간섭 등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사유에 기인한 것이므로 지체상금지급의무가 없다는 원고의 면책 주장에 대하여 피고들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할 때까지 원고에게 지급한 돈이 기성고 상당액인 금 784,904,930원의 약 77.5%(약정상 80%)인 금 608,643,830원에 이르는 점, 이른바 IMF 사태로 인한 자재대금 폭등 등 이유로 원고의 요구에 따라 1998. 4. 10.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새로운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점, 이 사건 공사와 같이 그 성격상 실외 공사가 불가피한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수급인은 공사기간의 산정에 우천으로 인한 공사지연을 당연히 감안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점, 제1심 증인 이삼규가 원고가 자재구입시마다 피고측에 자재비 선지급을 요구하여 피고들이 11차례 이상 자재비를 선지급하였다고 증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사의 지연사유에 관하여 원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원심 증인 이삼규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갑 제30, 3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공사도급계약에서 지급되는 선금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수급인으로 하여금 자재 확보, 노임 지급 등에 어려움이 없이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도급인이 장차 지급할 공사대금을 수급인에게 미리 지급하여 주는 선급공사대금이라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 참조), 만약 선금을 수급인이 지급받을 기성고 해당 중도금 중 최초분부터 전액 우선 충당하게 되면 위와 같은 선금 지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선금이 지급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성부분 대가 지급시마다 계약금액에 대한 기성부분 대가 상당액의 비율에 따라 안분 정산하여 그 금액 상당을 선금 중 일부로 충당하고 나머지 공사대금을 지급받도록 함이 상당함은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으나, 한편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에 있어서, 1차 중도금은 기초터파기 완료시, 2차 중도금은 1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완료시, 3차 중도금은 골조공사 완료시, 4차 중도금은 조적공사 완료시, 5차 중도금은 준공검사를 받은 후 20일 내에 각각 지급하되 잔금을 제외한 기성고 지급액은 기성고의 80%로 하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와 피고들은 피고들이 원고에게 공사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선금을 지급하되 위 선금은 계약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으며 노임 지급 및 자재 확보에 우선 사용하기로 약정하고, 이에 따라 피고들이 1997. 12. 17. 원고에게 선금으로 금 235,950,000원을 지급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1998. 6. 2. 및 같은 해 7. 10. 피고들에게 3차 및 4차 기성부분 검사원을 각 제출함에 있어서 위 선금 235,950,000원을 기성고 해당 미지급 중도금에서 전액 공제할 것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그 나머지 미지급 중도금을 지급해 줄 것을 청구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들은 기성고에 따른 중도금의 지급에 있어서 선금 전액을 중도금에서 공제하기로 특약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다만, 당사자 간의 위 특약 취지에 따라 미지급 중도금에서 선금을 전액 공제하더라도 피고들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할 때까지 원고에게 지급한 공사대금은 기성고 상당액인 금 784,904,930원의 약 77.5 %인 금 608,643,830원으로서 약정상의 80%에 미달하고, 그 이전에도 2차 기성고에 따른 중도금 청구 이후 피고들이 순차적으로 어느 정도 금액의 중도금 지급을 지체하였음을 알 수 있고,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재화나 용역을 먼저 공급한 후 일정 기간마다 거래대금을 정산하여 일정 기일 후에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에 공급자가 선이행의 자기 채무를 이행하고 이미 정산이 완료되어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거나 후이행의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가 되지 아니하였지만 이행기의 이행이 현저히 불안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536조 제2항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공급자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을 때 또는 전기에 대한 상대방의 이행기 미도래채무의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선이행의무가 있는 다음 기간의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고 해석되나( 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9304 판결 등 참조),
민법 제536조 제2항에서의 '상대방의 채무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라 함은 계약 성립 후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 사정으로 반대급부를 이행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므로 ( 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24335 판결 참조), 만약 피고들이 기성고 해당 중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당시 재산상태에 비추어 앞으로도 공사대금을 지급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있었다면 원고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기성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또는 피고의 공사대금지급에 관한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잔여 공사의 완성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볼 것이지만, 피고들의 위 중도금 지급채무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들이 기성고 해당 중도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일부 지체하였다고 하여 바로 수급인인 원고가 일 완성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피고들이 위 중도금 지급채무를 일부 불이행하였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공사의 중단이나 지연에 대하여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다만, 그와 같은 사정을 지체상금의 감액사유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들이 기성고 해당 중도금 지급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였음을 이유로 공사의 지연에 관하여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는 원고의 지체상금 면책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목적물의 준공이 지연된 경우에는 수급인은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지만, 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IMF 사태 및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 등은 그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정이라고 볼 수 없고, ② 일반적으로 수급인이 공사도급계약상 공사기간을 약정함에 있어서는 통상 비가 와서 정상적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것까지 감안하고 이를 계약에 반영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례적인 강우가 아니라면 지체상금의 면책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동절기의 이상 강우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가 어느 정도 지연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공사기간 내에 공사 진행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불가항력적인 이상 강우라고 볼 만한 자료는 찾기 어려우므로, 그것을 가지고 지체상금의 감액사유로 삼을 수 있을지언정 지체상금의 면책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③ 그 밖에 피고들의 부당한 시공요구 및 공사 수행의 간섭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원심이 적법하게 배척한 증거들 외에는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사의 지연이 원고의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 아니므로 지체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원고의 면책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결국,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이유불비 또는 지체상금 지급의무의 발생에 대한 법리오해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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