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 또는 폐지하는 경우에는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나 새로운 법이 기존의 권리관계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입법자 역시 이러한 적응 기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과규정을 함께 마련한다.
구 주택법상 중임제한 규정에서도 이러한 경과규정을 살펴볼 수 있다. 즉, 구 주택법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구 주택법 시행령에서는 동대표의 임기를 2년으로 하고, 한 번만 중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령 규정의 신설로 인해 이미 한 번 이상 중임한 동대표는 그때부터 더이상 중임을 할 수 없는지, 아니면 신설된 후부터 한 번은 중임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에 구 주택법 시행령 부칙에서는 이를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동대표의 중임에 관한 규정에 대해서는 '이 영 시행 후 최초로 선출되는 동별 대표자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는바, 이러한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기존 동대표들의 저항을 최소화 하였다.
한편, 우리 법원에서는 아파트의 자치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아파트 관리규약이 법령에 정면으로 위배되지 않는 이상 가급적 그 내용을 인정하려고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법원은 시행령에 따른 중임제한 규정이 신설되기 전에 이미 아파트 관리규약에서 그러한 중임 제한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었다면 이 경우에는 시행령상의 경과규정보다 아파트의 관리규약이 먼저 적용한다고 판단하였다.
법원 판단
구 주택법 제43조 제7항 제2호는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운영 및 의결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그 위임에 따라 구 주택법 시행령은 제50조 제7항에 ‘동별 대표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한 차례만 중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와 같이 구 주택법 시행령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인 동별 대표자의 임기를 정하면서 중임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것은 동별 대표자의 장기적인 직무수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업무수행의 경직이나 충실의무 해태,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각종 비리, 입주자 상호간의 분열과 반목 등의 부작용을 방지함과 아울러, 다수의 입주자들에게 공동주택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보장함으로써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적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도모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구 주택법 시행령 부칙(2010. 7. 6.) 제1조 본문은 ‘이 영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제2조 제2항은 ‘제50조 제7항의 개정규정은 이 영 시행 후 최초로 선출되는 동별 대표자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제2조 제2항을 ‘이 사건 부칙규정’이라 한다). 이는 신설된 동별 대표자 중임제한 규정인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7항에 대한 적용범위를 명시하는 경과규정으로서, 구 주택법 시행령 시행 전에 이미 임기를 1회 이상 마친 동별 대표자의 종전 임기와 그 시행 당시 임기 중인 동별 대표자의 당해 임기는 신설된 중임제한 규정을 적용할 때 재임(在任) 횟수로 산정하지 아니한다는 의미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부칙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구 주택법 시행령이 시행되기 전부터 개별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7항과 동일한 내용으로 동별 대표자의 중임을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이 존속하여 온 경우에는 이 사건 부칙규정이 그러한 공동주택 관리규약상 중임제한 규정의 적용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중임제한 규정은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7항이 신설된 후에도 그대로 유효하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2006. 9. 1. 개정·시행된 이 사건 관리규약 제18조 제1항은 “동별 대표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1회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동별 대표자 중임제한 규정은 2010년 4월경 치러진 제18대 동별 대표자 선거 당시뿐만 아니라 그 후 2012년 4월경 치러진 제19대 동별 대표자 선거와 2014년 4월경 치러진 제20대 동별 대표자 선거 당시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존속하여 온 사실, 소외인은 제18대부터 제20대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동별 대표자로 선출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의 제18대 동별 대표자 임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20대 동별 대표자 선거에 관하여 이 사건 관리규약상 중임제한 규정을 적용할 때 재임 횟수로 산정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제18대 임기 중인 2010. 7. 6.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7항의 중임제한 규정이 신설되고 이 사건 부칙규정이 그에 대한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소외인의 제18대 동별 대표자 임기를 재임 횟수에 포함하여 산정한 원심의 조치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7항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고 할 것이다.
--
권형필 변호사의 블로그에서 더 많은 판례해설과 동영상 강의를 보실 수 있습니다..^^
← 권형필 변호사의 네이버 블로그 바로 가기
← 권형필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바로 가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