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주체가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가 당사자가 되어 체결한 계약, 과연 무효일까?
- 권형필 변호사
- 2021년 11월 29일
- 4분 분량
[ 판례 해설 ]
자치관리의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에 관리소장의 이름으로 아파트와 관련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그 계약의 권리 및 의무는 입주자대표회의에게 귀속된다. 그렇다면 위탁관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까.
이 사건의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이 관리주체의 명의가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체결하였기 때문에 이는 국토부 지침과 관계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위탁의 방법으로 아파트를 관리하는 경우에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약의 권리 및 의무의 주체가 됨을 확인하면서, 결국 계약의 내용이 입주자대표회의에게 귀속되기 때문에입주자대표회의를 당사자로 기재하여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해당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 법원 판단 ]
계약당사자와 관련된 이 사건 공사계약의 효력에 대한 판단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4(관리비 등의 집행을 위한 사업자 선정)에서는 '관리주체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하는 계약의 방법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집행하여야 한다. 이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의 감사는 계약과정에서 입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청소,경비, 소독, 승강기유지, 지능형 홈네트워크, 수선유지(냉ㆍ난방시설의 청소를 포함한다)를 위한 용역 및 공사'(제1호), '제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장기수선공사'(제3호) 등을 열거하고 있다. 나아가 위 시행령 규정에 따라 제정된 구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국토해양부 고시 제2010-445호로 제정된 것으로, 이하 '국토해양부 고시'라고만 한다) 제2조는 '이 지침의 적용대상은 다음 각 호와 같다.'라고 하면서 '관리주체(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가 경비, 청소, 소독, 승강기유지, 지능형 홈네트워크 유지, 수선유지 및 물품구입ㆍ매각 등을 위하여 용역ㆍ공사업자를 선정하거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장기수선공사를 하기 위하여 공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제2호)를 들고 있다.
위와 같은 법령의 문언에 따라 비추어 보면, 주택법 및 관계 법령은 이 사건 공사계약과 같은 공동주택의 관리 내지 공사에 관한 계약은 일응 관리주체(주택법 제43조 제4항에 따른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주택법 제2조 제14호 가목) 또는 제53조 제1항에 따른 주택관리업자(주택법 제2조 제14호 다목) 등을 말한다. 가 체결하는 경우를 상정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나아가 ○○아파트의 공동주택관리규약(갑 제7호증)에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 중 어느 쪽이 이 사건 공사계약과 같은 계약체결의 권한을 갖는지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거나 적어도 피고가 이 사건 공사계약 체결에 따른 권리ㆍ의무의 주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즉, ① 구 주택법(2015. 8. 11. 법률 제13474호로 삭제된 것, 이하 '주택법'이라고만 한다) 제43조 제7항은 관리주체의 업무 등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할 뿐, 이 사건 공사계약과 같은 계약 체결의 주체에 관하여 법률 차원에서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 위임에 따른 주택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또한 '관리주체의 업무'에 관하여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의 유지ㆍ보수 및 안전관리'(제1호)라고만 규정할 뿐, 그러한 유지ㆍ보수 및 안전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계약 체결의 권한까지 관리주체에게 부여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공동주택관리 내지 공사계약 등의 체결에 관한 1)항 기재와 같은 주택법령의 문언을 살펴보더라도, 관리주체가 '계약의 방법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공사업자를 선정'한다고 규정할 뿐, 나아가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주체 대신 직접 공사계약 등을 체결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이러한 행위에 따라 체결된 계약의 사법적(私法的) 효력을 부인하는 취지의 규정을 찾아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공사계약 체결일 이후에 시행된 것이기는 하나, 2013. 12. 4. 대통령령 제24909호로 개정(2013. 12. 5.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4 제1항은 '제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장기수선공사' 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리주체가 집행하는 사항이라는 취지로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② 국토해양부 고시의 제정 이유(갑 제38호증) 중 '주요 내용'에는 '공동주택에서 각종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관리주체가 경쟁입찰을 통하여 최저가격으로 입찰하는 자를 결정ㆍ계약하도록 함'에 있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제정 이유' 란을 보면, 이는 '.. 청소ㆍ경비ㆍ용역 등 각종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하는 경쟁입찰 방식 등으로 선정토록 함으로써 공동주택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 명시되어 있다.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4 및 국토해양부 고시는 공동주택관리의 투명성ㆍ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관리주체로 하여금 그 명의로 공동주택의 관리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일정 부분 관리업무의 독자성을 부여한다는 취지일 뿐, 이를 넘어 입주자대표회의를 배제한 채 관리주체만이 공사 등 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2010. 7. 6. 대통령령 제22254호로 신설된 규정으로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4 에 관하여는 비록 명시적인 제정 이유를 찾기 어려우나 국토해양부 고시의 제정 이유와 별다른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 사건 공사계약이 최저금액을 제출한 낙찰자를 선정하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루어진 점에 관하여는 피고도 명백히 다투지 않는 이상, 관리주체가 아닌 입주자대표회의(피고)가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의 유효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③ 공동주택의 자치관리기구 대표자인 관리사무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계에서 피용자의 지위에 있음을 감안할 때 자치관리기구가 일정한 인적조직과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으로 단체로서의 실체를 갖춘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없다. 주택법령 등에서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으로 하여금 그 명의로 공동주택의 관리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일정 부분 관리업무의 독자성을 부여한 것은, 주택관리사 또는 주택관리사보의 자격을 가진 전문가인 관리사무소장에 의한 업무집행을 통하여 입주자대표회의 내부의 난맥상을 극복하고 공동주택의 적정한 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일 뿐, 그러한 사정만으로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이라는 지위 자체에 사법상의 권리능력을 인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주택법에 따라 자치관리로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을 ○○아파트에서 자치관리기구 및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은 비법인사단인 입주자대표회의의 업무집행기관에 해당할 뿐 권리ㆍ의무의 귀속주체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 내지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이 주택법령 등에서 정한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집행하면서 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그 계약에 기한 권리ㆍ의무는 비법인사단인 입주자대표회의에게 귀속되고, 그러한 계약의 당사자는 비법인사단인 입주자대표회의라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62657 판결 참조). 앞서 본 주택법령의 문언ㆍ구조ㆍ입법 이유와 위 판례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사계약 체결에 따른 권리ㆍ의무를 갖게 되는 피고가 직접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계약의 효력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피고가 이 사건 공사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7다21986 판결 은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4 규정이나 국토해양부 고시가 제정ㆍ시행되기 이전에 공동주택 관리규약에서 관리주체에게 공사계약체결 권한을 부여하는 취지로 명시하고 있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그 사안을 달리 하는 것으로 보인다.
⑤ 앞서 본 대로 이 사건 공사계약서(갑 제2호증)에는 그 계약당사자의 표시 란에 피고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관리소장 김◈곤의 날인도 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와 함께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 또한 이 사건 공사계약의 당사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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