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
관리단집회에 직접 출석하는 구분소유자는 극히 드물다는 것은 지난 칼럼에서 살펴보았다. 이는 구분소유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이 관리단집회에 직접 출석하는 방법 외에 위임장이나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분소유자가 관리단집회 전에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면 직접 관리단집회에 출석해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그런데 서면결의서는 구분소유자가 소집공고 등을 통해 파악한 안건만을 본 상태에서 작성하는 것이지 관리단집회에서의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바, 만약 이러한 서면결의서를 관리단집회보다 먼저 개표하면 어떻게 될까? 이는 대통령이나 지방선거 과정에서 투표 종료 전까지 사전투표나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즉, 관리단집회보다 먼저 제출된 서면결의서를 관리단집회 결의보다 먼저 개표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선거의 중립성과, 아직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구분소유자의 의사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함이다. 만약 서면결의서 결과를 먼저 공개할 경우, 아직 어느 쪽에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한 구분소유자의 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리단집회를 개최할 때에는 서면결의서는 절대 사전에 개표하거나 나아가 그 결과를 알려서는 안 된다. 만약 이를 위반한다면 어렵게 진행한 관리단집회가 무효로 되니 꼭 주의해야 한다.
나아가 아래 소개하는 판례에서는 사전개표 외에 관리단집회 절차 및 결의가 무효로 되는 사유들을 확인할 수 있으니, 관리단집회를 준비하는 측에서는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판례이다.
법원 판단
결의방법상 하자에 관한 판단
1) 사전개표의 하자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관리인선출위원회는 후보자들과의 사전 합의도 없이 이 사건 관리단 집회 소집통지에서 정한 집회 시간보다 7시간 앞서 서면결의서를 개표하였는바, 이는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선출절차의 기본이념인 중립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결의에는 결의 방법상의 하자가 존재한다.
2) 종전 관리단집회에 제출된 서면결의서를 재사용한 하자
이 사건 결의를 함에 있어 종전 관리단집회 결의를 위해 제출된 180장의 서면결의서가 재사용되어 의결정족수에 산입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관리단집회 결의를 위해 제출받은 서면결의서는 원칙적으로 당해 집회의 결의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서면결의서 제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재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결의에는 결의방법상의 하자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관리단집회 소집통지 및 공고 전 작성·제출된 서면결의서 산입 하자
이 사건 관리단집회의 소집통지 및 공고가 이루어지기 전에 제출된 서면결의서 489장인 사실, 위 서면결의서 489장이 이 사건 결의의 의결정족수에 산입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 사건 관리단집회의 소집통지 및 공고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 사건 구분소유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위 서면결의서 489장은 아직 그 결의 대상조차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것이어서 이 사건 관리단집회 결의를 위한 적법한 서면결의서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관리단집회는 위 서면결의서 489장을 의결정족수에 산입한 하자가 있다.
4) 작성명의자의 서명·날인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서면결의서 산입 하자
갑 제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관리단집회에 제출된 서면결의서 19장은 이 사건 구분소유자 등의 서명·날인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서명 날인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서면결의서 19장은 이 사건 구분소유자 등이 작성한 유효한 서면결의서가 아니어서 이 사건 관리단집회의 의결정족수에 산입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에는 위 서면결의서 19장을 의결정족수에 산입한 하자가 있다.
5) 중복제출된 서면결의서 산입 하자
갑 제1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관리단집회에 제출된 서면결의서 12장은 이 사건 구분소유자 중 여러 호수를 소유한 구분소유자가 중복하여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구분소유자의 수를 계산할 때 한 사람이 집합건물 내에 수개의 구분건물을 소유한 경우에는 1인의 구분소유자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중복제출된 서면결의서는 구분소유자 수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 결의는 이를 의결정족수에 산입한 하자가 있다.
6) 위임장이 없는 서면결의서 산입 하자
갑 제11, 1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관리단집회에 제출된 서면결의서 15장은 위임장이 첨부되어 있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서면결의서 15장은 이 사건 구분소유자 등의 대리인이 적법한 대리권한을 가지고 작성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위 서면결의서 15장을 의결정족수에 산입한 하자가 있다.
7) 서명이 동일한 서면결의서 산입 하자
갑 제1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관리단집회에 제출된 서면결의서 7장은 기재된 서명이 L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L에게 적법한 서명권한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결의는 위 서면결의서 7장을 의결정족수에 산입한 하자가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결의는 서면결의서 738장 중 하자있는 서면결의서 합계 710장(= 종전 관리단집회에 제출된 서면결의서 180장 + 이 사건 관리단집회 소집통지 및 공고 전 작성·제출된 서면결의서 489장 + 작성명의자의 서명·날인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서면결의서 19장 + 위임장이 없는 서면결의서 15장 + 서명이 동일한 서면결의서 7장)을 제외하면 의결정족수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결의절차와 결의방법의 하자는 중대한 것이므로 무효의 결의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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